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배터리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테슬라 RWD 모델처럼 LFP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은 일주일에 한 번 100% 충전을 권장하지만, 평소에는 80% 충전을 권장하는 메시지가 뜨면서 많은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가 고가의 부품인 만큼 올바른 충방전 방법을 숙지하는 것은 장기적인 차량 관리에 매우 중요합니다. 배터리 종류별 특성과 최적의 관리 방법을 이해하면 수십만 킬로미터 이상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LFP vs NCM 배터리의 특성과 충전 방식
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NCM 배터리와 LFP 배터리로 구분됩니다. NCM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사용하는 리튬 배터리로 대부분의 전기차에 탑재되어 있습니다. 반면 LFP는 인산철 리튬 배터리로 테슬라 모델 3, 모델 Y의 RWD 버전, 토레스 EVX 등 일부 차종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NCM 배터리는 재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코발트와 니켈이 희토류에 속하며 세계적으로 귀한 물질입니다. 코발트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의 80%가 콩고에 집중되어 있는데, 내전 중인 콩고의 광산을 중국이 대부분 소유하고 있어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코발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LFP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에코프로 같은 기업도 현대차와 손잡고 LFP 배터리 생산에 나서고 있습니다.
NCM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밀도당 에너지가 높다는 것입니다. 같은 부피에서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어 고급 차종에 주로 사용됩니다. 테슬라 모델 3, 모델 Y도 롱레인지 버전부터는 NCM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전기차들도 저렴한 모델은 LFP를, 고급 모델은 NCM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LFP 배터리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이 NCM 배터리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길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배터리의 가장 큰 차이는 전압 특성입니다. NCM 배터리는 충전량에 따라 전압이 3.5V에서 4V까지 비례해서 상승하지만, LFP 배터리는 초반에 상승하다가 중간 구간에서 3.2V로 수평을 유지하다가 끝에서 다시 상승합니다.
이러한 전압 특성 때문에 LFP 배터리는 남은 배터리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95% 충전 상태나 75% 충전 상태나 전압이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BMS를 통해 전류를 계산하여 배터리량을 추정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예측치와 실제 차이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100% 충전을 해서 시스템을 리셋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NCM 배터리는 80%까지만 충전하는 것을 권장하는데, 이는 위험 때문이 아니라 배터리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급속 충전이 배터리에 미치는 영향
많은 전기차 운전자들이 급속 충전이 배터리를 빠르게 열화시킨다고 우려합니다. 완속 충전으로 8~10시간 걸리는 것을 30분 만에 충전하는 것이 배터리에 무리를 줄 것 같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리튬 플레이팅이 일어나 영구적인 손실이 발생한다는 정보도 많이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급속 충전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급속 충전 그래프를 보면 배터리 충전량이 여유 있을 때만 최대 전력으로 충전하고, 80%를 넘어서면 충전 속도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끝부분에서는 완속 충전보다도 느린 속도로 천천히 충전됩니다. 그래서 급속 충전 성능을 표시할 때 “10%에서 80%까지 30분”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80% 이후에는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완속 충전기에 연결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나 효율 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매우 정교하게 관리합니다. 충전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냉각 시스템을 작동시킵니다. 배터리는 고온에 취약하기 때문에 각 셀마다 온도 센서가 있어 특정 셀이 뜨거워지면 해당 셀에 대한 충전을 줄이고, 시원한 셀에는 더 많은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셀 관리를 합니다. 급속 충전 시에는 냉각 장치가 즉시 작동하여 배터리 온도가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실제 연구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15년 미국 에너지 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에서 닛산 리프 EV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리프 EV는 냉각 시스템이 없는 초기 모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8만km를 주행했을 때 완속 충전만 한 차량은 24.5%의 수명 감소를, 급속 충전만 한 차량은 27%의 수명 감소를 보였습니다. 차이는 겨우 2.5% 수준이었습니다.
리커런트 모터스라는 업체는 미국의 12,500대 테슬라를 분석했습니다. 70% 이상 급속 충전을 한 차량과 30% 이내로 급속 충전을 한 차량을 비교한 결과, 8년 이상 사용 후에도 급속 충전 빈도에 따른 배터리 성능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지오탭이라는 텔레메틱스 회사가 전기 화물차만 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2024년 기준 연간 배터리 열화율이 1.8%에 불과했으며, 이는 2019년의 2.3%보다 개선된 수치입니다.
다만 지오탭의 연구에서는 뜨거운 환경에서 주행하는 차량이 그렇지 않은 차량보다 성능이 10% 더 떨어진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뜨거운 온도에서 급속 충전까지 하면 열화가 더 가속화되므로,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는 급속 충전보다 완속 충전이 더 유리하다고 권장합니다. 결국 급속 충전 자체보다는 배터리 온도 관리가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배터리 수명 연장을 위한 실전 관리법
캐나다의 저명한 배터리 연구자 제프던 교수는 테슬라와 협업하여 리튬 배터리 수명 연장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배터리를 0%에서 100%까지 100번 충방전하면 전체 배터리의 5%가 열화됩니다. 400km 주행 가능한 전기차로 4만km를 주행하면 5%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20%에서 80% 사이로 충방전을 하면 600번을 충전해도 5% 이내의 열화율을 보입니다. 즉 14만km 이상을 주행해도 5% 이내의 손실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제프던 교수는 배터리를 최적으로 사용하려면 60%까지만 충전하고 40%까지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무려 128만km도 문제없이 주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현실적인 배터리 관리 규칙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고온 환경에서 배터리를 100% 충전 상태로 장기간 보관하지 않아야 합니다. 장기간 보관할 경우 30% 정도의 충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저온 환경이라면 70% 이상 충전 상태를 유지해도 문제없습니다. 25도 이하의 적정 온도라면 70% 이상 충전해도 괜찮습니다.
둘째, 배터리가 완전 소모될 때까지 충전을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자동차 배터리는 30~40% 정도 방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완전 방전보다 훨씬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배터리가 부족한 상황이면 즉시 충전하여 최소 4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일상적인 충전은 80%로 제한하고, 장거리 여행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100% 충전을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20%에서 80% 사이로 충방전하는 것이 가장 적당합니다. 배터리 용량이 큰 자동차일수록 내구성이 유리한데, 처음부터 배터리 용량이 작은 차량은 100% 충전과 완전 방전을 자주 해야 하므로 열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LFP 배터리도 반복적으로 완전 방전과 완전 충전을 하면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높은 충전 상태에서 오래 방치하면 내부에 유해한 화합물이 생겨 열화가 더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LFP 배터리도 80~90%를 유지하고 가끔 100% 충전하는 것이 좋으며, 완전 방전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배터리 보증 기간을 살펴보면 제조사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가솔린 엔진을 5년 10만km까지 보증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10년 16만km를 보증하며 일부 차종은 평생 보증을 제공합니다. BMW, 폭스바겐, 테슬라 같은 수입차 회사들은 8년 16만km를 보증하고, KGM은 10년 100만km라는 파격적인 보증을 제공합니다. 제조사들이 이렇게 긴 보증 기간을 제시하는 것은 배터리가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관리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엔진 자동차를 운전할 때 엔진 관리를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10년 이상 문제없이 사용하는 것처럼, 전기차 배터리도 기본적인 관리만으로도 충분히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잘못 관리해도 배터리가 20% 이상 열화되는 데는 10~20년이 걸리므로, 자동차 수명보다 배터리를 먼저 교체해야 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결국 전기차 배터리는 편하게 사용하되, 고온 환경 주차를 피하고 20~80% 범위에서 충방전하는 습관만 들이면 충분합니다.
출처
전기차 배터리 관리법 / 워카키만: https://youtu.be/frnyToQdyak?si=LR47OTFIADx8qQe8